21. 3. 4 오후 12:14

[이건호의 재미있는 전략 이야기] 뻐꾸기와 전략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마케팅, 디지털인문학

만삭이 된 암컷 뻐꾸기 한 마리가 이리 저리 분주히 날고 있다.

며칠 전에 봐둔 안성맞춤의 둥지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아기 뻐꾸기는 곧 나오려고 하는데 빨리 그 둥지를 찾아야 출산의 타이밍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 그래 저기야, 저기가 맞아… 저기라면 우리 아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거야..’ 원하던 둥지를 발견한 뻐꾸기 암컷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둥지에는 둥지의 임자인 다른 어미새가 자신의 알을 품으며 느긋하게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Snow in birds nest

 

뻐꾸기는 둥지가 건너다 보이는 나뭇가지에 앉아 둥지 주인인 멧비둘기가 먹이 사냥하러 가기를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다. ‘아가야 잠시만 기다리면 포근한 둥지에 너를 낳아줄게…’ 뻐꾸기는 그렇게 혼잣말을 되 뇌이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멧비둘기는 출출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힘차게 날개 짓 하며 둥지를 떠나 벌레 사냥을 하러 나섰다. 둥지에는 멧비둘기가 며칠 전에 낳아 품고 있는 서 너 개의 알만이 남아있다. ‘지금이야!’ 뻐꾸기는 속을 외치며 잽싸게 날아 주인이 잠시 비운 둥지를 차지한다. 그리고 곧 자신의 알을 그 둥지에 낳고는 황급히 날아간다.

‘아가야, 건강하게 자라렴. 엄마가 직접 너를 키우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 뻐꾸기는 다들 너처럼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고 자란단다. 엄마도 그랬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뻐꾸기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해. 엄마와 아빠를 통해 너의 몸 속에 전달된 유전자가 너에게 뻐꾸기로 살아가는 방법을 다 알려 줄 거야….’

벌레를 잡아 오랜만에 포식을 한 멧비둘기는 아무 생각 없이 평소대로 자신의 둥지로 돌아온다. ‘어, 알이 더 늘었나? 그럴 리가 없겠지… 에이 그러던 말던 내 둥지에 있는 알이라면 다 내 새끼지 뭐…’ 부른 배를 지그시 누르며 알을 품고는 다시 잠이 든다.

몇 주가 지난 후, 도둑 출산을 한 뻐꾸기 알이 가장 먼저 부화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도 뜨지 못한 뻐꾸기 새끼는 무슨 꿍꿍이인지 둥지 속에 있던 원래 주인의 알들을 그 자그마한 몸으로 능숙하게 둥지 바깥으로 밀어 내어 떨어뜨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새끼라고 믿고 품어준 양어머니를 배신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알에 갓 부화한 어리디 어린 것이 저런 행동은 어디서 배웠단 말인가?

 

Woman scientist touching DNA molecule image at media screen

자기 둥지에 있는 알을 극진히 품는 다른 새들의 유전자 전략을 악용하는 뻐꾸기의 생존 전략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와 같은 탁란조(托卵鳥)의 습성이 바로 진화한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원시적 전략의 가장 흔한 사례이다. 뻐꾸기는 다른 새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둥지에 있는 새끼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라’라는, 유전자에 프로그램화된 전략을 교묘히 활용하는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자기 둥지에 있는 새끼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라’라는 유전자 프로그램은 일반 다수의 새들에게는 자신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복제하도록 지원한다.

통상 새들의 둥지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상호 멀리 떨어져 있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자기 둥지에 들어 있는 알이 자신의 새끼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자신의 둥지에 있는 새끼를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게 되면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뻐꾸기는 이러한 새들의 유전적 전략을 악용하여 자신의 알을 다른 새들의 둥지에 몰래 낳는다. 자신의 둥지에 있는 것은 모두 자신의 알일 것이라고 믿는 양모의 보살핌을 받고 뻐꾸기의 알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뻐꾸기는 다른 새들에 비해 부화기간이 짧으므로 둥지 속에 있는 그 어떤 알보다 먼저 뻐꾸기 새끼가 탄생한다. 그리고 뻐꾸기 새끼는 탄생하자 마자,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그러나 놀랄만한 방법으로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새끼는 알 밑으로 기어 들어가 그것을 오목한 자신의 등위에 올려 놓고 작은 날개로 균형을 잡으면서 뒷걸음으로 서서히 둥지 벽으로 기어 올라가 알의 땅으로 떨어뜨린다. 결국의 둥지 내에서 어미 새의 보살핌을 독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뻐꾸기의 유전자는 다른 새들의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전략을 활용하여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또 뻐꾸기 알은 다른 새들의 알보다 더 빠르게 부화되고, 부화된 뒤 새끼는 다른 알들을 둥지로 밀어내는 등의 차별적 전략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것이 자연의 선택을 받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외에도 또 다른 탁란조로는 아프리카에 사는 꿀벌잡이 새(honey guide) 도 있다. 이 새는 알을 밀어 떨어뜨리는 뻐꾸기보다 더욱 잔인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 새는 끝이 뾰족하고 예리한 부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새의 새끼들은 부화하자마자 아직 깃털도 없고, 눈도 못 뜨고, 또 아주 가냘픈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둥지에 있는 다른 새의 새끼들을 마구 베고, 쪼아서 죽인다. 세상에 갓 태어난 새끼 꿀벌잡이 새가 잔인하다기 보다는 그 속에 존재하는 유전자 내에 모듈 프로그램들이 조합을 이루어 그런 행위를 본능적으로 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생명체의 유전자 속에 내재되어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장 원시적인 ‘전략‘의 모습인 것이다.

 

이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이건호님이 기고한 글입니다. 디지털 인문학에 관한 글입니다. 앞으로 재미 있는 전략 이야기라는 코너에서 주기적으로 디지털 비즈니스 생존에 필요한 여러 전략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글을 보고 의견 있으면 아래 댓글 혹은 hello@performars.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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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마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 대표. 이전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전략담당 임원과 제일기획 펑타이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다양한 강연과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애자일마케팅, 4차산업혁명 대응 및 중국시장전략 등에 관한 전문성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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